불안은 현대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경 속 하나님의 백성들도 불안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들의 불안은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대하는 방식과 달랐다. 하나님의 말씀을 믿는 사람은 불안을 억누르거나 세상적 방법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않고, 말씀에 따라 하나님께 나아갔다.
빌립보서 4장 6–7절은 이렇게 권면한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여기서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는 명령은 불안을 무시하거나 현실을 외면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불안을 하나님께 맡기라는 명령이다. 성경적으로 불안을 다루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네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1. 이름 붙이기
막연한 불안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흔든다. 시편 기자들은 종종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불안해하는지를 하나님께 구체적으로 고백했다(시편 3편, 42편). 죄 그리고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날 가능성, 혹은 믿음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은 반드시 인식하고 직면해야 한다. 이름 붙이기는 단순한 심리기법이 아니라, 회개와 간구의 기초가 된다.
2. 기억하기
성경은 하나님의 백성에게 과거의 구원을 기억하라고 반복해서 명령한다(신명기 8:2, 시편 77:11–12). 불안을 잠재우는 힘은 과거에 하나님께서 베푸신 구원의 역사에서 온다. ‘기억하기’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언약 신앙의 재확인이다. 하나님께서 한 번도 당신의 약속을 어기신 적이 없다는 사실을 되새길 때, 현재의 불안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 놓인다.
3. 맡기기
베드로전서 5장 7절은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고 말한다. 맡긴다는 것은 단순히 마음속으로 생각을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기도로 그 내용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것이다. 기도는 감정 배출의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그분의 주권을 인정하는 행위이다. 불안을 맡긴다는 것은 통제권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인정하는 신앙의 표현이다.
4. 순종하기
마태복음 6장 34절에서 예수님은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대신 ‘오늘’ 해야 할 일에 순종하라고 하셨다. 불안은 종종 미래를 통제하려는 마음에서 온다. 따라서 하나님이 오늘 우리에게 주신 사명과 의무를 성실히 행하는 것이 불안을 다루는 마지막 단계다. 순종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질서 안에서의 삶을 살아가게 한다. 작은 순종이 쌓일 때, 마음은 점차 하나님의 평강 안으로 들어간다.
불안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경험이지만, 하나님의 백성은 불안을 세상의 방법으로 다루지 않는다. 성경은 이름 붙이기, 기억하기, 맡기기, 순종하기라는 네 단계를 통해 불안을 하나님의 주권 아래로 옮겨 놓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평강을 누리게 된다.
불안이 찾아올 때, 우리는 단순히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 위에 다시 세워야 한다. 그때 비로소 빌립보서 4장의 약속처럼,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우리를 지키실 것이다.